포천메나리 보유자 김영오 님 인터뷰 ㅣ 그 옛날 힘들 때 불렀던 노동요가 이젠 국가 문화재가 되었으니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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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무려 인간문화재이시다. 포천에서 태어나 일평생 포천을 위해 살아온 '100% 포천인'이라 불러도 무방할 그분을 만나러 우리는 포천메나리 전수교육관을 찾아갔다. 그 옛날 한 소년의 노동요가 국가의 문화 유산이 되기까지 있었던 일들과 현재 그가 생각하는 포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보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5호 포천 메나리의 보유자 겸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오입니다. 메나리라고 하는 것은 강원도나 경상도 충청도 이 지역에서 주로 농사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동요인데, 거기에 이제 우리가 포천 자를 붙여서 포천 메나리라고 했고요. 메나리의 뜻은 각 지방마다 해석이 좀 다른데 '뫼 산'에 '나리'는 꽃을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메나리는 산에서 피는 꽃,
산유화입니다. 충청도 지방에는 '산유화가'라고 해서 문화재가 지정된 데도 있고요. 저희는 이제 메나리에다가 포천 자를 붙여서 포천 메나리라고 이렇게 하고 있어요. 주로 농사를 하면서 많이 힘든 과정을 거치다 보니, 힘들 때 부르던 노동요가 지금 이제 문화재로 지정이 된 거죠.
보유자님께도 처음 메나리를 접한 건 어려서 농사 일을 하면서부터라고 한다. 6.25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렸을 때브터 농사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저절로 포천메나리를 부르며 노동의 어려움을 달랬다고 한다. 그렇게 익힌 포천 메나리는 어느새 세월이 흘러 전국 규모의 민속 관련 경연대회가 생겨 참가하게 되는 주요 상황에 이르렀다. 문화관광부 장관상도 받고 전수자들도 늘어나며 2005년엔 대통령상도 받게 되었고, 결국엔 문화재 지정까지 된 것이다. 어려서 나무 하러 가서도 부르고, 논에 가서 일하면서도 부르던 노동요가 문화재 지정이 돼서 너무나도 기쁘고 행운이라 여겨진다고 하는 보유자님의 말씀에 기나긴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러한 포천메나리가 다른 지역의 메나리와 다른 점은 다섯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다섯 사람이 모여 협동심이 있어야만 자아낼 있는 소리, 그것이 포천메나리다. 보유자님께선 힘주어 말씀하신다. "이런 소리는 전국 유일하게 포천에만 있어요."
-보유자님께서 생각하시는 포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포천의 장점은 일단 서울의 일점사 배가 되는 그 면적을 가지고 있어요. 인구가 이제 한 15만 명에서 조금 줄었다가 요즘 다시 또 느는 추세라 16만 명까지 가서 느는 추세인데 장점은 땅이 넓다는 거. 발전 가능성이 무진무궁하다는 것이지. 아파트 값이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이 오르고 있는데 포천에 투자를 하셔야 된다. 땅이 넓으니까. (웃음) 그리고 포천에 역사적으로 남은 인물들이 많아요.
오성과 한음이 아주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근현대로 따지면 여기 이한동 전 국무총리도 포천에서 배출이 된 분이고, 또 최익현 선생님도 여기서 배출된 분입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로이다'라는 시를 지으신 양사언 선생님도 포천분이고. 그리고 자연환경으로 따지면 영평 8경이 이렇게 쭉 포천에 있고, 한탄강 지질공원이 유네스코에 등재가 되었고요. 국립수목원도 마찬가지로 포천에 있고. 자연경관은 어디 가서 빠지질 않아요.
그러나 김영오 보유자님은 포천 지역의 아쉬움에 관해서도 가감 없이 말씀하셨다.
주변 관광지나 역사의 인물은 상당히 이렇게 유명세를 타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문화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이 많이 부족해요. 제가 예전에 시의원도 맡았을 때 포천아트밸리 재생 사업에도 참여를 했었거든요. 근데 워낙 땅덩어리 넓은 데서 모여서 살지 않고 흩어져 살다 보니까 이용이 잘 안 된 측면이 있어서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남쪽에 가면은 뭐 강강수월래나 성춘향 같은 것들이 유명하고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데 포천은 지역을 대표하는 그런 문화가 없어요.
포천에서 태조 이성계 왕이 사냥을 많이 했고, 또 여기가 바로 함흥 가는 그 함흥차사길이에요. 함흥차사길 하차 행렬 이런 식으로 해서 하면 그 포천에 가면 그런 문화 행사가 있다고 알려지면 좋겠어요. 강릉 단오제만 해도 이제 엄청 크고 오래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우린 너무 그런 게 없다는 거지. 포천에 그래 너무 아쉬운 거죠. 포천을 대표하는 문화행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영오 보유자님은 예전엔 포천 시의원, 포천 예총회장을 지냈기에 포천의 문화 인프라와 현실에 관해 폭넓은 식견을 갖고 계셨다. 포천에 대한 홍보 부족과 상징적으로 대표되는 문화 콘텐츠의 부재, 더불어 예산 부족과 관련한 현실적 대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표하셨다.
법적으로 메세나법이라고 예술인들을 회사에서 도와주고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어요. 시 예산만으로는 너무 한계가 있으니까, 포천이 도농 합시가 되면서 기업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고, 상공회의소도 있으니 기업인들과 만남을 활발히 해서 메세나법을 적극 활용했으면 해요. 어차피 이 모든 행사는 예산과 연결이 돼 있는 거니까 우리 문화재단에서도 그쪽으로 좀 많이 힘을 써서 문화예술을 발전시켰으면 좋겠어요. 50명 60명 되는데 이런 공연을 하나 뭐 이렇게 하면 한 500만 원이나 600만 원 선에서 예산을 집행하면 참여한 개인들한테는 수고비를 주는 거는 제대로 없어요. 예총 8개 단체에는 사무실도 사실상 없거든요. 그냥 그 아트홀에 사무실 하나 쓰고 있는 실정이니 많이 빈약하죠. 내가 시의원을 해봐서 알지만, 그렇다고 그 포천은 서울의 1.4배나 되는 넓은 면적인데, 이 도로 관리만 하려고 해도 예산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요. 그러니 앞으로 기업을 좀 많이 이용을 해야 되겠다 싶어요.
공직에 자리한 세월이 길었던 만큼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이 이어졌다. 그 만큼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은 무엇보다 자생적인 문화예술 생태계에 대한 강조로 채워져 있었다.
-포천에서 하셨던 문화 예술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요?
제가 20대였던 시절, 청년회장으로서 노래 자랑 대회를 열었어요. 근데 마을에 전기도 없고 전화도 없으니까 거푸집 판넬로 무대를 하고 자동차 배터리로 갔다가 오층짜리 조명도 세워서 불 켜고 그랬어요. 마이크랑 앰프도 없으니까 학교에서 빌렸고, 밴드는 고등학교 밴드부를 데리고 와서 했었거든요. 제가 왜 이 얘기를 하냐면, 제가 예총회장이 되고 '2013 포천탄생 600년 기념 콰이어 페스티벌'을 만들어서 600명이 모여 대합창회를 할 때, 그때 그 학생들이 다 성장해서 그 자리에 온 거예요. 포천이라는 지명이 탄생한 지 600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행사에 다시 만나 같이 합창을 하는데, 그것이 굉장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한 사람의 인생이 흐르고 흘러, 그리고 그 지역의 사람들 삶도 흐르고 흘러, 결국 한 점에서 모였다는 대합창회에서 다시 만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것도 '포천 탄생 600년'을 기념한 자리였다니 일평생 포천을 지킨 김영오 보유자님에겐 정말이지 뜻깊은 순간이었을 것 같았다.
-끝으로 포천문화재단에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우리 포천을 대표할 수 있는 게 자연환경에 대한 것은 많지만, 포천을 대표할 수 있는 건 임영웅이 요즘 잘 된 거 빼고는 없거든요. (웃음) 국가문화재가 하나도 없어. 포천에 무형문화재가. 그래서 국가무형문화재가 이제 지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거죠. 포천을 대표하는 문화행사가 생겼으면 좋겠고.
포천메나리 보유자 김영오 님께선 비단 포천메나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포천 전반의 문화 예술 콘텐츠 생태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포천이 있었기에 포천메나리가 있듯, 제2의 포천메나리, 제3의 포천메나리 같은 콘텐츠가 나오기 위해선 우선 '포천'이라는 지역의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더 건강하고 독립적인 포천이 되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가득한 포천이 될 수 있도록 포천문화재단 웹진 <하이픈>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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